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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s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 더 나은 공동선을 위해

by __LuMi__ 2020. 3. 29.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Harvard JUSTICE 강의

정말 잘 번역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정의'라고 했다면 지루했을 것 같은 제목인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만든 책.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Micheal J. Sandel 교수의 목표는 정의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 같이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10장. 정의와 공동선

 책의 내용은 정의에 대한 세 가지 견해(복지의 극대화 vs. 자유 vs. 미덕/좋은 삶)에 대한 사례, 구체적인 내, 장점 및 단점을 설명하고 있고, 이 관점들과 관련된 철학/사상가 - Jeremy Bentham (제러미 벤담), John Stuart Mill (존 스튜어트 밀), Immanuel Kant (이마누엘 칸트), John Bordley Rawls (존 롤스), Aristotle (아리스토텔레스) - 도 소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예들을 이용해서 되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정의'라는 주제를 넓은 시각으로 다루고 있고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책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천천히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인 것 같다. 아마 최근에 읽은 책 중 이렇게 노력하면서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세계적으로 COVID-19 pandemic 때문에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정의롭지 못 한 사회는 정부의 책임인가?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읽어서 더 오래 걸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구제금융(영화 The Big Short참고), 병역, 이민법, 대리모 임신, 동성 결혼, 과거 보상 등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정부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어떠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분노했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항상 모호하게 들렸던 '정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자 강의이다. 제목 아래에 있는 'Harvard JUSTICE 강의'를 클릭해보면, 실제 Sandel 교수의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한국어 자막은 지원되지 않고, YouTube 자막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어색한 한국어 번역 자막을 볼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어자막으로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간단하게 읽고 싶으면 [10장. 정의와 공동선]으로 책장을 넘겨서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럼 앞서 소개한 철학자들의 주장과 내용들을 아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면서 Sandal 교수의 목표인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 모습'을 이루는 방법들도 읽을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떠올랐는데, 아마도 Sandal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대안책들이 영화에 나온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작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슬프게도 지금 COVID-19 사태로 인한 다양한 사건들 - 한국의 마스크 대란, 미국/유럽의 사재기, 영국 간호사의 사재기 피해, 스페인의 양로원 사건 - 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에는 '공동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1. 시민 의식, 희생, 봉사
2. 시장의 도덕적 한계
3.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4. 도덕적인 참여 정치

정의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는 것처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 또한 다양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양함을 서로 경청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사회적 분위기, 교육, 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내용을 모른다고 정의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며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는다면,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역시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마지막 부분에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김선욱 교수의 글이 짧게 있는데, 책을 덮기 전 마지막 총정리를 위해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책(혹은 강의)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