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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s

孫子兵法 [손자병법 / The Art of War] -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by __LuMi__ 2020. 8. 3.

孫子兵法 [손자병법 / The Art of War]

손자병법. 책을 읽은 사람은 적을지라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유명한 책 제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춘추시대 손무(孫武)가 지었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현대까지도 꾸준히 인기가 많은 병법서이다. 나도 책을 실제로 읽기 전까지 단순 병법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 제목과 목차를 보면서, 병법서보다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지침서 또는 사람에 대해 분석한 인문학 책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외교, 정치 부분은 정말 인간에 대한 깊은 연구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이 심오하며 현대 사회에 바로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내용들이라고 느껴졌다. 병렬적 구조의 구성 방식이기 때문에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간단하게 목차를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읽은 책은 손자병법(리커버 특별판, 김원중 옮김)이고,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시계(始計): 전쟁하기 전에 계획하라
- 전쟁은 존망을 결정한다
- 전쟁 전 헤아려야 할 다섯 가지
- 전쟁 전 가늠해야 할 일곱 가지
- 용병은 속임수다
-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2. 작전(作戰): 전쟁을 하는 방법
- 비용을 계산하라
- 질질 끌면 패망한다
- 식량은 적지에서 충당하라
- 장기전의 폐해
- 현지 조달이 전략이다
- 탈취한 물건으로 포상하라
- 전쟁의 목적은 승리
3. 모공(謀攻): 모략으로 적을 제압하라
- 싸우지 말고 이겨라
-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위 중의 하위
- 적과 싸우는 몇 가지 원칙
- 군주가 장수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 승리로 가는 다섯 가지 길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4. 군형(軍形): 공격과 수비의 형세
- 적의 송곳니를 뽑고 싸워라
- 잘 싸웠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 완전한 승리로 가는 길
5. 세(勢): 전쟁 태세
- 작전의 네 가지 요령
- 감각을 마비시키는 전술
- 기세와 절도의 중요성
- 미끼로 유인하고 복병으로 공격하라
- 모나면 멈추고 둥글면 굴러간다
6. 허실(虛實): 허실의 운용과 주도권 장악
- 먼저 가서 기다려라
- 행군과 수비의 원칙
- 공격과 수비의 불문율
- 유형과 무형의 차이
- 예상을 뒤엎어 공격하고 수비하라
- 한 번 쓴 계책은 버린다
- 물과 같은 이치
7. 군쟁(軍爭):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방략
- 가기 좋은 길은 도리어 나쁜 길이다
- 급한 군쟁은 삼가라
- 바람처럼 숲처럼 불처럼 산처럼
- 북과 징은 눈과 귀다
- 네 가지를 장악하라
- 여덟 가지 금기사항
8. 구변(九變): 아홉 가지 임기응변의 책략
- 다섯 지형에 따른 용병법
- 적을 믿지 말고 자신을 강하게 하라
- 장수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위태로움
9. 행군(行軍): 군대의 행군 원칙
- 상황에 따른 전투의 네 가지 방식
- 병사들의 건강과 환경
- 절대적으로 해로운 지형[六害]
- 적의 동태를 알아내는 법 33가지
- 병력의 숫자만 믿지 말라
- 너무 친하지도 거리를 두지도 말라
10. 지형(地形): 지형과 전쟁의 관계
- 여섯 지형으로 판단을 달리하라
- 장수의 과실로 인한 패배의 여섯 유형
- 진정한 전쟁은 명예보다는 백성을 위하는 것
- 때론 자애롭게 때론 엄격하게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11. 구지(九地): 아홉 가지 지형의 작전 원칙
- 전쟁터의 상황에 따라 싸우는 방식이 다르다
- 용병의 여덟 가지 원칙
- 적지에 침투해서 싸우는 법 네 가지
- 뱀처럼 부려라
-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거둔다
- 포위되면 방어하고 어쩔 수 없으면 싸운다
- 패왕의 군대
- 전쟁은 처녀처럼, 토끼처럼
12. 화공(火攻): 불로 공격을 도와라
- 화공의 다섯 가지 유형
- 전술에 따른 화공의 다섯 가지 원칙
-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온전케 하는 법
13. 용간(用間): 간첩을 활용하라
-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으라
- 다섯 종류의 간첩 활용법
- 간첩의 임무와 이중간첩의 활용법

보면 알 수 있듯이 소주제들이 해당 챕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서로 색깔이 전혀 다른 내용 같은데 왜 한 주제 안에 묶어 놓았을까? 뭔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단지 번역의 차이일까?' 영어라면 원서를 빌려서 비교를 할 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어서 읽으면서 답답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는데, 그냥 한문 원서를 기계적으로 번역해 놓은 번역서랄까? '독자들에게 ~~ 한 정보를 주고 싶다.'라는 것을 느끼기 어려웠던 책이었다. 병법서라면,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고 싶었다면, 그림이나 도표, 지도 등 시각적 자료를 사용하여 상황 묘사를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글만 있으니, 상황을 상상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나중에는 그냥 이해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 한국어가 한국어 같지 않았다.). 그래서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큰 주제를 생각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개념을 잡는데 무게를 두고 책을 읽었다.

춘추시대가 대략 기원전 770~403년, 대략 2500년 전인데, 그때 사람들을 움직이는 개념/힘이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을 보고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본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사람들과의 관계나 의사결정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책 내용보다는 짧게 기록된 손무의 전쟁에 대한 시각인데, 손무가 전쟁을 바라보는 모습은 책 첫 줄에 명확하게 나와있다.

손자는 말한다.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손무는 자신이 직접 전쟁을 누비며 싸우거나 일반 백성처럼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드시 필요할 때 전쟁을 하고, 이길 수 있는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 감정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닌, 아군과 적군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이성적인 전쟁을 준비하는 태도, 전투뿐만 아니라 전투 후에 벌어질 상황들까지 고려한 사고는 그가 갖고 있던 통찰력이 얼마나 넓었는지를 증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춘추시대가 워낙 전투가 많고, 그로 인한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던 걸까? 아니면 손무는 시대를 아우르는 천재인 것인가? 사회가 발전하고 인류의 지식/지성, 심지어 집단지성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우리는 근시안적이고 소수 집단만 이익을 얻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폐지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일까? 승자독식의 지배구조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결국 도덕성이 부족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서 그런 것인지. 우리나라에는 다수를 위한 정책, 특히 하위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얼마나 시행되고 있을까?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곧 개인이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단일민족의 성향이 매우 짙게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무역, 관광산업을 큰 수익원으로 하면서 외부와의 교류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생각한다.). 2020년 -무역전쟁, 남북관계, COVID-19 등- 정말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안 좋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계층 간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아 자주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떠나가는 곳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