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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s

The Nordic Theory of Everything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개인의 독립을 위한 사회적 제약

by __LuMi__ 2020. 4. 19.

The Nordic Theory of Everhtying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2020년을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와 함께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먼저 환자들이 발생하였고, 바이러스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 중동, 유럽, 미국, 그리고 나머지 대륙들로 퍼져나갔다. 충분한 대응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 -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 이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 해 희생자가 많이 나오고 있고, 미국 또한 대부분의 주(state)가 shut-down(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산업 이외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상태이다. 특히 Michigan 같은 경우, 미국에서 감염자 수가 네 번째로 많은 주이고, Detroit 상황은 정말 안 좋은 상태이다(한국 전체 감염자 수 보다 많은 사망자 발생 중 [2020.04.15 기준]). 이러한 상황에서 접한 책이라 그런지 좀 더 감정적으로 읽은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수록, 즉 더 많은 곳을 다녀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볼수록-그리고 내가 더 미국인에 가까워질수록-점점 더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외부자인 내가 보기에, 오늘날 미국인의 삶 전반에 걸쳐 송두리째 빠져 있는 것이 바로 현대성의 진보가 가져다준 주요 혜택들-자유, 개인적 독립과 기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증거는 미국 여성들이 끼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였다. ~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해, 우리가 맞이할 결혼 생활의 상징이 왜 돈이어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왜 여자의 경제력이 아니라 남자의 경제력이 표시되어야 하는가?

하지만 미국의 현실에서 결혼이란 일종의 금융 합병 행위로 인식되었다. 증거를 원한다면, 미국의 전형적인 소득신고서의 처음 몇 줄만 보면 된다. 미 국세청은 부부가 소득을 합산하여 하나의 단위로 소득신고서를 제출하면 혜택을 준다.

The Nordic Theory of Everything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마도 '미국과 핀란드의 삶과 문화 비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Anu Partanen(아누 파르타넨)은 핀란드 출신이지만, 미국 남자와 결혼해서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가 자라오면서 경험한 핀란드의 가정(결혼), 교육, 의료, 세금 시스템과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겪게 된 문화 차이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노르딕(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국가들이 갖고 있는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떻게 이러한 문화, 사회가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라면, 국민의 적어도 절반이 인생의 가장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의료보험)를 고용주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된다. 사람들이 꿈을 찾아 나설 때 자신이나 가족에게 미칠 경제적 의료적 위험성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있다.

노르딕 국가들의 높은 수준의 복지와 많은 세금에 대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다. 특히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노르딕 국가들의 시스템은 사회주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왜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왜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일까? 노르딕 국가들이 이런 사회주의적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라고 Anu는 얘기하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개인을 더 독립적으로 만들자'가 될 것 같다. 국가에서 국민의 보험을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직장, 가족(주 수입원)에 구속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리고 복지의 단위를 가족이 아닌 개개인으로 함으로써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4대 보험 가입'이라는 문구가 구직 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을 생각해보면 국가가 보험을 책임지는 것이 실제로 개인의 독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핀란드의 관점은 이렇다. 나쁜 교사를 해고할 수 없어 고민이라면 해결책은 애초에 나쁜 교사를 기르지 않아야 한다. 교사의 질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사실 조금 더 큰 질문을 다룬다. 교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교사가 된다는 것은 준학사나 학사 학위 정도의 준비로 충분한 간호사와 같은 것일까? 아니면 대학 학위에 특정한 마음가짐, 현장 순발력과 재치가 있으면 되는 기자와 같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법률가나 의사처럼 훨씬 강도 높은 대학원 수준의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직업 교육이 필요한 것일까?

교육도 앞서 언급한 의료보험과 비슷한 맥락이다. 교육으로 인한 가정의 부담-사교육 및 대학 등록금 등-을 최소화 함으로써 개인의 선택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르딕 나라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며,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한 핀란드 같은 경우, 모든 국민이 양질의 무상 교육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자(교사)를 양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교사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심 또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이나 한국과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교조, 한유총 관련 사건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짧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두 가지-의료보험, 교육-에 대해 써봤다.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는 사회가 완벽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보여주는 사회가 완벽에 가까운 사회가 아닐까 싶다. 이번 COVID-19 Pandemic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믿고 있던 국가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