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Books

있는자리 흩트리기 -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자기 성찰

by __LuMi__ 2020. 8. 5.

있는자리 흩트리기

'유쾌한 반란'은 남이 낸 문제, 내가 낸 문제, 세상이 낸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있는 자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흩트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뜻밖의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따라붙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반란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자기다움'이다. 이것이 유쾌한 반란의 요체다. 신나는 일이다. 문제지 뒤에 이미 붙어 있는 정답이 아니라 내가 정의하고 답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내가 읽은 책의 작가를 만나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아니, 정확하게 저자한테 직접 책을 받아서 읽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내가 딱히 좋아하는 문학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나 자서전, 혹은 실용서를 주로 읽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운이 좋게도 학교에서 좋은 기회-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연회-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매우 특수한 기회와 '간단한 저녁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사실 때문에 참석하게 되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한 50명 정도? UofM에 있는 한국인 숫자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참석한 것 같다. 강연의 내용은 'Gray Rhino (회색 코뿔소) & 유쾌한 반란'이었는데, 쉽게 풀어서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과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A "gray rhino" is a highly probable, high impact yet neglected threat: kin to both the elephant in the room and the improbable and unforeseeable black swan. Gray rhinos are not random surprises, but occur after a series of warnings and visible evidence. The bursting of the housing bubble in 2008, the devastating aftermath of Hurricane Katrina and other natural disasters, the new digital technologies that upended the media world, the fall of the Soviet Union... all were evident well in advance. - Google Books (The Gray rhino)

'있는자리 흩트리기'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조언 같은 책인 것 같다. 하나의 명쾌한 답 대신 힌트를 주고, 그 힌트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멘토의 모습. 아버지와 아들 모두를 일찍 그리워하게 된 개인적인 상황이 책에 전반적으로 녹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아쉬움, 그리움이 많이 느껴진다. 자기계발서보다는 좀 더 자서전의 성격이 강한 느낌이랄까? 단순히 성공하는 방법-이 방법을 따라야 한다!-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고, 좀 더 큰 개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세세한 내용은 독자 스스로 찾아가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고, 내 삶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는 순간, 뭔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순간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책은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 첫 번째 감옥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면서부터 마주치는 첫 번째 감옥이다. 

- 두 번째 감옥은 '자기 자신의 틀'이다.
나도 모르게 형성된 나 자신의 틀이라는 한계다.

-셋째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움직이는 게임의 룰'이라는 감옥이다.
어떤 사회든 구성원을 움직이는 나름대로의 보상체계(incentive system)를 갖고 있다. (중략) 아무리 노력해도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줄이 '탯줄'이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면 이런 사회구조도 거대한 감옥이다.

책은 각 '감옥'에 대한 설명과, 본인은 어떻게 이러한 감옥을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구조로 되어 있고 마지막 챕터에는 짧게 앞의 세 개의 감옥을 벗어난 '엘리트'가 갖고 있으면 하는 덕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내면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다.
둘째는 인성(정직과 겸손)에 대한 것이다.
셋째는 남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주 들었던 내용들이다. 새로울 것 없는 덕목들이지만, 앞선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성인이 된 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된 것 같다. 마치 '어린 왕자'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어릴 때 읽으면서 느낀 것들과 어른이 되어서 읽었을 때 느끼는 것이 다른 것처럼...

1800년에 태어난 사람을 1850년에 옮겨 놓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입 벌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1950년과 2000년은 초고층 빌딩, 새로운 운동수단, 전자제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발전했다. 그리고 2000년과 2020년. 2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우리는 IT혁명과 AI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루해보일지라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과거에는 터무니없던 아이디어, 혹은 이미 너무 식상한 아이디어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이미 중학교, 고등학교 때 자주 들어서 식상한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사회생활을 겪은 지금, 다시 한 번 '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내가 원하는 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