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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s

Tim Cook [팀 쿡] - Tim Cook's Apple, it is still revolutionary.

by __LuMi__ 2020. 3. 23.


Tim Cook [팀 쿡]

2012년 10월 아이패드 4세대가 발표. 내가 산 아이패드 3세대를 7개월 만에 단종시켜 버린 팀 쿡의 발표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Steve Jobs가 죽은 후에서야 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고,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전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고, 심지어 왜 나의 장바구니에 이 책이 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궁금함이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스티브 잡스의 책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신기하게도 Apple의 핵심 멤버 Steve Jobs, Jonathan Paul Ive (Jony Ive), 그리고 Tim Cook 모두 그들과 관련된 책이 있다. 재미있는 건 옮긴이가 모두 동일인, 안진환 씨이다. 내가 읽은 다른 많은 책들도 이 분이 번역을 해서 한 번 검색을 해봤는데, 의도치 않게 번역계에서도 뭔가 그들만의 싸움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렸다. 곧 AI 기술 개발로 컴퓨터가 잘 번역을 해주는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은 외국 도서가 번역가에게 의해 한 번 가공된 글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에 대한 질문은 한동안 갖고 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내가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책을 원서와 같이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 영화를 볼 때 충분히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번역이 있는 것을 가끔 느끼는 것을 보면, 글에는 이러한 상황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인 맥락이 중요하지, 뭐 그렇게까지 집착하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 문장 하나하나가 모여서 전체적인 맥락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극단적인 경우 의도를 갖고 특정 문장들을 다르게 번역해 독자들에게 전혀 다른 생각을 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의도치 않게 번역가들이 살고 있는 세상 한 모습을 슬쩍 보게 되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우선 이 책은 'How to start a movement (The first follower is what transforms a lone nut into a leader)'를 보여주는 매우 좋은 예시가 아닌가 싶다. Tim Cook이 Steeve Jobs의 'first follower'는 아니지만, Apple과 Steve Jobs, Jonathan Ive를 최고의 회사, 리더로 만들어주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확실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 스타일이었으며,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Jobs와는 다른 경영 철학과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Steve Jobs가 없는 Apple은 Apple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처음에 많이 들었기에, 지금 그에게 향한 비판들은 나에겐 큰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 Jobs가 Cook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는지, 이 책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기업이 상업적인 것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기업은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다. 사람이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면, 기업 역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 [12장. 애플 역사상 최고의 CEO]

Jobs & Ive 시절의 Apple이 Product 측면에서 혁신을 보여주었다면, Cook의 Apple은 Company 차원에서의 혁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노예제도가 불합리하고, 여성 참정권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미래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문제 - 프라이버시, 노동 인권 문제, 환경 문제, 성 정체성 등-들을 누구보다 먼저 하나씩 바꿔 나가고 있는 회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지금의 Apple이 전보다 한 단계 성장한 Revolution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Apple의 CEO가 게이라는 소식이 자신의 성 지향성과 관련해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또는 혼자라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혹은 자신의 평등성을 주장하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이것은 저의 프라이버시를 희생하더라도 밝힐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10장. 다양성에 승부를 걸다]

다른 측면으로 이 책은 산업공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일종의 무공서(?)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산업공학은 크게 주목받는 전공은 아니고 중간관리직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산업공학은 매우 인기가 많은 전공이다(우리나라의 '경영권 승계', '재벌 가문'처럼 특수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책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Cook이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요소는 Supply Chain Management (SCM)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창출에 집중하는 것보다 필요 없는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탄탄한 회사 기반을 다졌고, 그 기반을 이용해서 Jobs & Ive가 신제품들을 개발한 것이다. 모든 산업공학 전공자들이 Cook처럼 SCM을 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공학도이면서 경영에 관심이 있지만, 정확히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를 때 참고하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성공하는 리더의 자세(?)에 대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건 Cook이 아니라 Jobs에 대한 것인데, '어떻게 자신과 정반대인 사람을 후계자로 지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Apple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분명 'Tim Cook은 정말 Steve Jobs와 다른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Jobs는 그 다름은 인정하고 심지어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양극화. '서로 다름'에 대해 매우 인색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이런 다양함을 인정하고, 포용을 실천할 수 있을까? 어떤 교육/교육방식이 이런 '다름'을 더 쉽게 인정하고 다수가 고민을 할 기회를 주고,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더 나은 기업/사회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쩌면 기업의 리더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책을 마쳤다.